정의선의 '디자인 동반자'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떠난다
1~2달 전인가 이런 기사가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제네시스 시리즈 디자인의 수준을 정말 급상승시키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던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디자이너분의 퇴사 소식이 한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소개가 되었죠.
그 정도로 최근 현대 기아 자동차 및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입니다.
이 분 그리고 또 유명한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 같은 분이 아니었으면, 현대 기아 자동차의 디자인은 아마도 지금 약 10년 정도 뒤쳐져 있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왜 루크 동커볼케 같은 분을 언급하냐면요.
한국에서만 초중고 나오고, 한국 입시 미술교육, 디자인교육 받아서 한국 대학 입학하고 졸업하신 분들은요.
저 Sammy가 장담하는데, 루크 동커볼케 같은 레벨의 디자이너가 되기 거의 힘들 것이다... 라는 사실이에요.
루크 동커볼케가 걸어온 길을 한 번 되짚어보면 이렇습니다.
1965년 페루 리마에서 출생
굉장히 특이합니다.
이름은 무슨 독일사람 이름 비스무리한데, 출생이 남미 페루 리마에요.
그 이유는 이 분의 아버지가 벨기에 외교관이셨답니다.
벨기에에는 프랑스어 지역과 네덜란드어 지역이 있는데요.
이름으로 추측하건데 네덜란드어 지역 출신 가족인 것 같아요.
네덜란드어는 독일어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초중고를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보냄
역시 특이해요. ^^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서 청소년기를 몽땅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보냈습니다.
이 분이 어렸을 적 옮겨다닌 나라들만 언급해보면 이렇습니다.
Peru, Burundi, Rwanda, Panama, Bolivia, Togo, Guinea-Bissau 등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술,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미셸 붸용(Michel Vaillant)이라는 프랑스의 자동차 경주 만화를 즐겨보면서 였다고 하네요.
해당 만화책을 무려 70권 이상이나 읽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이런 만화책이 소개된 기록이 전혀 없네요... ㅜ.ㅜ
만 18세가 되어서야 조국 벨기에로 돌아와서 정규 교육 시작
거의 성인이 되서야 벨기에 브뤼셀로 와서 산업디자인 공부를 제대로 하기 시작합니다.
이 분의 독일 자동차 전문 잡지 인터뷰에 보면, 자기가 마치 '크로커다일 던디'가 된 느낌이었다고 해요.
그 때까지 평생 남미,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갑자기 사람이 많은 브뤼셀에 뚝 떨어지니까 정신이 전혀 없었던 거죠.
그리고 마침 브뤼셀에는 어렸을 적에 그렇게 좋아하던 미셀 붸영의 작가 쟝 그라통 (Jean Graton)의 스튜디오가 있는거에요.
그래서 그 스튜디오에 무작정 찾아가서 사사를 받았다고 하네요.
만화에 나오는 자동차 스케치 작업에도 참여하구요.
그렇게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꿈이 시작이 된거죠.
스위스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좀 더 배우고 첫 직장으로 프랑스 푸죠사에 취업
브뤼셀에서 산업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자동차 디자인 공부를 더 한 후에 첫 직장을 프랑스 푸죠사에서 합니다.
아주 특이해요.
스페인어를 쓰는 페루에서 태어나고, 가족은 네덜란드어(아마도 플래미쉬)를 쓰고, 아프리카에서는 스와힐리어도 배우고, 아마도 국제학교를 다녔을테니 영어도 잘했을거에요.
브뤼셀은 네덜란드어, 불어를 다 쓰니, 역시 그 시점에서 불어도 배웠을거고...
그 덕에 스위스 공부 후에 프랑스에 취업을 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 수많은 자동차 회사를 옮겨다닙니다.
프랑스 푸죠 > 독일 아우디 > 체코 스코다(Skoda) > 이탈리아 람보르기니 > 스페인 세아트(SEAT) > 영국 벤틀리 > 한국 현대기아자동차
전부 다른 언어를 쓰는 다양한 나라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해왔어요.
이 분 스스로 말하기를 자기가 7개 국어 정도 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불어, 독일어, 영어, 스와힐리어, 이탈리아어...
자... 곰곰히들 생각해보세요.
한국에서 초중고 대학 나온 사람이 이런 커리어 경로를 거칠 수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요.
또, 이 분이 벨기에 시민권, 즉 EU 시민권이 없었다면, 위의 다양한 유럽 국가들에서 커리어 기회들을 충분히 다 잡을 수 있었을지도요.
왜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부터 해외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 지식, 언어 등을 습득하고, 주요 선진국의 영주권, 시민권을 확보해야지 글로벌 커리어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유리한지...
저 Sammy가 왜 그런 경로들을 그렇게 강조하는지...
감이 좀 잡히시나요?
제가 이런저런 상담들을 하다보면요.
상당수의 어린 분들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패션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건축 디자이너, 자동차 디자이너... 뭐가 될지는 잘들 모르세요.
하지만 아무튼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들 하세요.
어쨌든 다국적 기업들에서 먹힐 수 있는 글로벌한 수준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분들은 바로 이 루크 동커볼케라는 분의 커리어 경로를 곰곰히 참고해보셔야 합니다.
이 분 정도 역량을 갖추려면, 어떤 식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받고, 어떤 경험, 어떤 영감을 받아서, 어떤 직장 기회들을 거쳐야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롤모델로 삼아서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아주 기본적인 노력과 방향 설정도 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백날 시간과 열정을 허비하다가 실패하고서, 자기 자신의 처지를 백날 한탄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답니다.
오늘도 본인과 자녀들의 불투명한 미래가 걱정이 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Sammy의 이민자료실' 운영자 Sammy
한국에도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 많죠? 각종 동호회들이 넘쳐나는데요. 정작 이런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동차 만화는 한국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어요.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역량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발전한 것은 맞지만요. 아직도 갈 길은 매우 멀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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